골목골목 100년의 역사가 쌓여 있는 대전 원도심 여행

빠른 전진과 멈출 줄 모르는 경쟁 속에서 옛것은 자연스레 잊히기 마련입니다.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발전에 더욱 가치를 두기 때문입니다. 대전이라는 도시도 그렇습니다. ‘과학의 도시’로 최첨단 과학기술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대전의 역사는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져갔습니다. 도시개발과 무관심 속에 한때는 도시의 중심이었던 대전역 주변은 사람들의 발길이 서서히 끊기고 있었지만 최근 옛 기록들을 꺼내 대전을 역사와 문화, 사람으로 채워가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품은 소제동

대전의 역사는 철도와 많이 얽혀 있습니다. 경부선 철도가 놓이기 시작한 1905년에 대전역 주변으로 철도 기술자들을 위한 공동 주택인 철도관사촌이 형성되었습니다. 관사촌은 원래 세 곳이었지만 한국 전쟁 때 폭격을 받아 대부분 흔적이 사라지고 소제동만 유일하게 남아 그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소제동은 일제 강점기에 ‘소제호’라는 큰 호수를 메워 만들어져 붙여진 이름입니다. 1940~1950년대 지어진 목조 건축물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어 대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들이 카메라를 꺼내 들게 합니다. 도시의 높은 콘크리트 빌딩과는 대조되는 낮고 오래된 담벼락, 울퉁불퉁한 벽돌길, 길가 옆 물이 흐르는 도랑과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기둥은 그 자체만으로 역사의 기록물이자, 대전의 문화유산입니다. 한때는 소외되고 빛바랜 동네였지만 이제는 많은 방문객으로 생명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제동에는 40여 채의 철도관사가 있습니다. 그 중 관사촌 16호는 철도관사촌 중 건축 및 공간적 특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입니다. 과거 한국인 철도청 사무관의 가족들이 거주하던 공간으로 다다미방과 화장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여 청년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관사 16호 앞마당에 있는 별채에는 로봇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오래된 가옥과 최신 로봇기술이 어우러진 공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제동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전의 빵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전 빵 축제‘

대전역 앞으로 뻗은 도로 끝에는 대전의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32년 건축된 대표 근대 건축물로 한때 충남도청사로 사용되었고, 현재까지 원형이 잘 보존되어 대전에서 일어난 중요한 행사와 사건들의 산 증인이 되어주는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근현대사전시관 주변에서는 대전만의 특별한 축제가 열립니다. 6•25전쟁 후 미국의 구호식량으로 밀가루가 보급 되었을 때, 철도교통의 중심지였던 대전은 자연스레 밀가루 유통의 거점이 되었습니다. 대전역 주변에 제분공장들이 생겨나면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이 대전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도 어느 도시보다 맛있는 칼국수와 빵집들이 많습니다.

대전관광공사는 밀가루에 얽힌 대전의 이야기를 담은 ‘대전 빵 축제’를 기획하였고, 2021년 11월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축제에서는 대전의 빵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K-pop 콘서트와, 제빵 경진대회, 쿠킹 클래스, 유명 유튜버와 먹방 대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더해지면서 축제에 참가하려는 입장객들로 행사장소를 휘감을 만큼 인기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올해는 5월과 10월 두번의 빵 축제가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개최됩니다. 더욱 다채로운 체험거리와 볼거리로 대전을 채우는 풍성한 축제가 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보존과 발전을 함께 이룩하려는 노력이 대전을 더욱 견고한 도시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짙은 농도의 역사가 새겨진 도시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고,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바람은 정체된 공기를 밀어내고 도시의 정체성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그렇게 대전은 새로운 매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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